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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재산 현황

28살 여자, 중소기업 3년차 사무직 학자금 다 갚고 모은 돈 얼마일까?

by 영원한이방인 2022. 1. 19.

© DINO KUZNIK, 슬로베니아 / 올해는 안식년으로 지정했다.

대학교에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8살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나는 20살에 대학교에 입학해, 4학년 23살에 일본에 1년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24살에 학교 취지센에서 연결해준 중소기업에 인턴으로 들어갔다.

인턴 3개월을 마치고 뭐를 해야하나 생각 중에 회사에서 내일채움공제를 제안했고,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덜컥 3년형을 신청해버렸다.

그때부터 지옥 시작. 다니다보니 여러가지 회사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보였다.

문제 개선의 여지가 없고, 내가 발전할 수 있다는 보장이 사라지자 그때부터 회사를 다니는 건 지옥이었다.

무사히 내일채움공제를 받고 4년차가 되기 직전, 월급을 올려주고 원하는 직무를 주겠다는 회사의 제안을 뒤로하고 회사를 나왔다.

지금은 실업급여를 받으며 앞으로 먹고 살 궁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나 혼자 올해를 안식년으로 지정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고 혹시나 나의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항상 찾아봤다. 

28살의 무스펙 지방대 문과 여자는 아마도 이 치열한 취업시장에 발을 들이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나는 두려움이 커 시작도 제대로 하지 않고, 어차피 되지 않을 거라며 혼자 합리화하곤 선망하는 회사의 면접조차 준비하지 않았다. 

미래에는 나는 큰 사람이 되어있을 거야, 나는 잠재력이 있어, 제대로 시작하기만 하면 나는 뭐라도 될거야 라는 안일한 망상만 할 뿐이었다.

그대로 지금 내 상태에서 갈 수 있는 작은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에 안심하며, 조금은 아쉬운 채로 3년을 보냈다.

그 사이 내 친구들은 좋은 대기업에, 공기업에, 전문직시험에 합격해 신입사원으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좋은 시작. 그것은 참 중요하다. 좋은 마음가짐과 좋은 시작, 좋은 환경이 맞물려 성공의 경험이 쌓이고, 잠재력이 현실로 이어진다.

 

지겨운 3년. 나는 왜 도전하지 않았을까?

3년전 내일채움공제의 3,000만원은 지금의 3,000만원과 가치가 달라진 듯 느껴진다.

예전에 3,000만원을 받으면 '나는 작은 빌라 등을 경매로 받아 월세를 받고 현금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지, 그리고 작은 파이프라인이라도 있으니 조금은 안심하고 내가 하고싶었던 사업을 하고싶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그때에도 가능성이 높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아예 생각조차 해볼 수 없다.

내가 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진 건지, 사회가 정말 달라진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나는 가진 것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고작 3,000만원에 성장할 기회를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건강도..)

내일채움공제는 국가에서 선정된 좋은 회사들만 시행하는 것이 국가도, 기업도, 청년도 모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채움공제로 인해 일어나는 사내 불공정함, 비리 등은 큰 스트레스와 사회적 손실로 다가온다.

20대 초중반의 그 나이는 3년을 3,000만원으로 환산할 수 없는 나이였다. 그 시간은 백지수표와도 같다는 걸 지금 깨달았다.

 

어쨌거나, 3년전 대학교를 갓 졸업한 뒤 나에게는 지방대 문과 졸업장 1장과 학자금&생활비 대출 2,000만원만이 남아있었다.

장학금을 준다는 말에 일본어를 하나도 모른 채 일본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장학금을 타기 위해 오로지 학교 수업에만 전념해 그때만 누릴 수 있는 경험도 거의 없었다.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오빠는 일본어에 매진해 일본 방송국에 들어갔다. 생활비를 벌어야 해 일본어공부는 뒷전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물론 여행도, 친구와 놀러다니는 것도 포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생각하고 절제했는지 어이가 없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 후회하지 말자. 그래도 교환학생시절 얻은 것이 있다면 '어디에 떨어져도 혼자 살 수는 있겠다'라는 묘한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대학교의 학자금&생활비 대출은 중 300만원 정도는 학자금, 그 외는 생활비 대출이었다. 생활비 대출은 받아서 기숙사비를 내고 남는 돈은 엄마를 드렸다.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국가근로와 주말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썼다. 물론 장학금을 받기 위해 그 외 시간에는 학과 공부를 했다. 과에 따라 다르지만, 내 과는 공부를 적게 해도 들어올 수 있었던 과이기 때문에, 조금만 공부해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중앙동아리에도 들지 않았다. 학과동아리도 족보를 얻을 수 있는 동아리로 들어왔다. 그리고, 4학년 교환학생을 마지막으로 스트레이트로 졸업했다. 일본 생활과 오버랩되는 듯 한 이 대학 생활은 지금보면 정말 아쉬울 따름이다. 중앙 동아리에도 들고, 휴학계를 내고 워홀도 가보고, 유튜브에도 도전하고 했어야 했다. 이것저것 하고싶은 게 많았지만 꾹 참고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의 말을 들으며 착한 병에 걸린 채 졸업한 나는 내가 보기에도 잠재력이 없어보였다. 여러가지를 도전해봤다면 그 잠재력은 무한대로 늘어났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 안식년을 맞아 평소 읽어보고 싶었던 책들도 읽고, 블로그도 열심히 쓰고, 무엇보다 어디에서 새어나가는지 모를 돈들을 한 뭉치로 만들어 내 통제 하에 두고 싶다.

 

회사를 다니면서 일확천금을 꿈꾸며 투자를 했다.

작은 투자는 테슬라를 시작으로 주식, 코인, NFT 까지 여러 곳으로 흩어져 큰 투자가 되었다.

내 딴에는 분산투자랍시고, 새로운 제2의 비트코인을 찾는답시고 무지성 매매를 한 것인데 이 돈은 역시나 자꾸만 사라지고 있다.

 

언젠가 읽어보고 싶었던 책의 리뷰를 보다 본 내용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돈은 흩어지려는 습성이 있다. 흩어지면 돈은 작아지다 작아지다 없어진다.
돈은 뭉치려는 습성이 있다. 돈은 뭉쳐지면 힘을 갖는다. 뭉쳐진 돈에는 작은 돈들이 붙어 더욱 커진다.

 

흩어진 내 돈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직장이 없는 불안정한 지금. 지금이라도 내 돈의 통제권을 내 손에 쥐어야겠다.

 

회사를 다니며 조금씩 갚은 학자금&생활비 대출은 퇴사를 하고 다 갚았다. 

그럼 이제 수중에 얼마가 남아있는지 보자.

 

우선, 내일채움공제로 받은 3,000만원은 코인에 들어가있다. 

왜인지... 내가 들어간 날부터 계속 하락세가 이어져 많은 손해를 보았다.

주식의 경우 회사에 있을 때 넣은 것들인데, 이미 괜찮은 것들은 익절을 했고, 남은 것들은 엄청난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입출금 통장: 12,011,986원 (주택청약 5,300,000원 포함)

국내&해외 주식 : 13,861,548원 + 1,500,000원(공모주청약에 넣어놓은 돈-반환될 돈)

업비트 : 26,764,082원 (-34%)

 

총 : 54,137,616원 

 

주식과 코인이 현재 많이 물려있어, 그것들이 본전에 온다면 

 

국내 주식 : -1,228,865원

해외 주식 : + 약 30만원 (현재 수익중)

코인 : -7,430,558원

 

해외 주식에서 이득 본 30만원을 빼더라도 총 62,497,039원 이다.

결국, 주식과 코인 투자를 안 했더라면 지금 3년 8개월 간 모은 돈이 6,250만원 가량이라는 것이다.

 

주식과 코인의 불안전성 때문에 불안해하며 돈을 모으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남은 돈을 가지고 잘 굴려보려 한다.

매매도 공부를 아주 많이 하고 나서 해야지...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 기록을 자주 남겨야 겠다.

돈과 관련된 책도 많이 읽고 독후감을 남겨야 겠다.

 

집 하나 사기 힘든 요즘.. 청년들이 많이 암울하겠지만, 그속에서도 묵묵히 노력한다면 40대, 50대가 되어 꼭 빛을 보게 되리라 장담한다.

모두 힘내시길!